엄마가 이 친구랑 놀지 말래요. 문제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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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하소연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친구를 잘못 만나서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모 중학교 3학년인 박모군도 이런 경우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상위권 성적에 부모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문제는 중1 말, 거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생겼다. 외고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착실히 공부하던 아이가 점점 성적이 떨어졌다. 박군의 부모는 "착했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친구들과 어울려 가출이라도 할까 봐 호되게 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세칭 '문제아 친구'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모범생'과 사귀길 원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자신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문제아' 친구들이다. "어제 우리 꼰대가 말이야~"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야, 완전 열 받겠다. 여기서 우리랑 놀자"라는 유혹도 뿌리치기 어렵다.
친구 문제는 '만나지 마라'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가장 먼저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화는 소소한 일상 소재, 아이가 좋아하는 가수나 드라마, 만화부터 시작해 나가는 것이 좋다. 조선일보 교육센터 정린 마스터코치는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 부모가 먼저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솔직히 나이 든 부모가 아이돌 그룹 노래를 듣는 것은 고역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참고 아이가 TV를 볼 때, 같이 보고 이야기하세요. '노래를 참 잘하네. 이름이 뭐라고? 빅뱅? 이름도 멋지다. 너는 저 중에 누가 제일 좋아?'라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세요."
하지만 아이와 갑자기 대화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 이틀 시도한다고 해서 갑자기 아이가 바뀌지도 않는다. 친근한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엄마, 오늘 어디서 뭐 배우고 왔어?" "엄마가 이러는 거 전혀 도움 안 되거든?"과 같은 차가운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도 있다. 아이 말에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꾹 참고 한 달, 두 달 꾸준히 시도해야 아이가 변한다.
'문제아 친구'들과 어울리던 아이가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면 친구들과 무조건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부를 택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아이 스스로도 친구를 만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이의 걱정을 듣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세요."
용기를 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도 좋다. 단, '감시'한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 제각각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하고 다니면 안 된다'는 훈계도 금물이다. 정린 코치는 "공부에 대해서도 조급해하지 말고, '숙제만이라도 다 해보자'는 식으로 기본 단계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맛있는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