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아이를 애인처럼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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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참 좋다. 근데 우리 산책 좀 하면 안 될까?" 하지만 동네에는 걸을만한 산책로가 별로 없어 대형마트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어 수많은 학원 간판을 구경하면서 그냥 걸었다. 아이와 몇 마디 말을 나누는 동안에도 나는 속으로 '어머, 새로운 학원이 생겼네. 이참에 상담이나 받아볼까?'
그러다 나는 무심코 "우리 카페 갈까?"하고 말을 꺼냈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여자아이들이란 원래 어른 흉내 내는 걸 은근히 좋아하지 않던가. 딸아이와 카페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었다. 아니, 아이와 단 둘이서 마주 보고 앉은 것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딸과의 대화는 정말 시시했지만 둘이서 나눈 시선은 너무 값진 것이었다. 마치 애인이 된 것처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던 한 엄마가 자꾸 말을 안 듣고 엇나가는 듯한 딸이 걱정스러워 교육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전문가는 "오늘부터 아이를 애인처럼 바라보세요" 라는 충고 한 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아이가 왜 말을 안 들을까, 왜 숙제를 안 할까, 생활습관은 왜 저 모양일까. 이런 생각으로만 가득 찬 엄마에게는 사랑 가득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긴가민가하던 그 엄마는 그날부터 아이를 애인처럼 바라보도록 노력을 했더니 어느새 아이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정적 회로'와 '긍정적 회로'가 교차되는 순간을 자주 느낀다. 마치 연인 사이에 냉각기와 열정기가 존재하듯이, 부모도 아이를 보며 한없이 사랑스럽고 뿌듯할 때가 있지만,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어쩐지 불안하고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부모가 부정적 회로에 빠져들 때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야단만 치고, 부모를 대하는 아이의 태도도 영 삐딱하기만 하다. 부정적 회로에 빠져들어 있다고 느낄 때, 이를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가 바로 '애인처럼 바라보기'가 될 수 있다. 일단 애인처럼 바라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이 흘러넘치고, 이를 통해 긍정적 회로로 들어갈 수 있다. 긍정적 회로를 오래 거치는 부모일수록, 아이를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자식이 못마땅하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 아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부모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애인을 바라보듯이 사랑을 가득 담아 아이를 대하는 것,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이를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힘이 아닐까. ['레몬트리' 차윤경]